[이 사람] 아들 보험금 털어 발달장애인 아동센터 개설한 ‘민꽃’ 이재경 씨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공간 필요했다”

송영한 기자 | 기사입력 2019/09/02 [23:58]

[이 사람] 아들 보험금 털어 발달장애인 아동센터 개설한 ‘민꽃’ 이재경 씨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공간 필요했다”

송영한 기자 | 입력 : 2019/09/02 [23:58]

남양주시 최초의 발달장애인 중심 아동센터


민들레꽃의 꽃말은 “사랑해 줄 것을 믿고 맡긴다”는 뜻의 ‘사랑의 신탁’이다.

 

지난해 8월 23일 개설해 장애아동 보호자들이 아이를 믿고 맡기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민들레꽃’(대표 이동희·센터장 이재경)은 남양주시 최초이자 유일한 발달장애인 중심 아동센터다.

 

1년여 동안 이곳에 입소한 장애 아동들은 총26명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13명의 아동들이 퇴소하고 현재는 13명의 아이들이 지지고 볶으며 학기에는 방과 후 생활을, 방학 기간에는 종일프로그램으로 어울려 지내고 있다.

 

센터장 포함 5명의 종사자들은 이들에게 학습지도·학교숙제 및 방학 숙제·미술교육·음악놀이·보드게임 활용·생활체육·특기정성미술을 비롯해 월1회 숲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만을 위한 전용 아동센터는 규정상 존재할 수 없다. 발달장애인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일반 아동들이 입소신청을 하면 거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비장애인 역차별 때문으로 이해하지만, 발달장애인 보호자들은 이 부분이 장애아동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말한다. 실제로 시청에서도 아동센터 주관부서와 장애인 주관부서가 서로 달라 행정적으로 가끔씩 애매한 위치에 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비장애인 아동과 일반아동의 커리큘럼이 같을 수가 없고 실제로 장애인 중심 센터에 일반아동들이 입소를 해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이같이 아동센터를 일반화 하는 것은 장애아동 중심의 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종사자들에게는 또 다른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 남양주시 장애인복지관에서 생활체육 교육을 하고 있는 이재경 센터장     © 경기인터넷뉴스


아동센터 일반화는 장애인아동 돌봄의 사각지대.. 법 개정 필요
이 같은 어려움을 익히 알고도 장애인 중심 아동센터를 개설한 센터장 이재경 씨에게 기자는 “왜 민들레꽃 센터를 개설했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센터장 이재경 씨는 18년 동안 오로지 발달장애인 아들을 돌보고 바라보며 살아왔다.

 

이 센터장은 “아들이 어렸을 때 혼자서 돌보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아들을 붙들고 ‘같이 죽을까? 아니면 혼자 죽을까?’ 하고 고민한 날들도 여러 날이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바우처제도와 활동지원사 제도가 생기면서 키우기가 조금은 수월해졌다.”며 “이는 발달장애인을 둔 선배엄마들이 길거리에서, 시청에서 싸운 결과물이었다.”고 술회했다.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서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다음 후배들이 덕을 보기 마련인 것이다.”라고 밝힌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 보호자들은 자식을 두고 눈을 감을 수 없어,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살아가고, 목숨 걸고 지켜줄게라며 투쟁하는 것이 공통된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 투쟁해준 선배 엄마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살아오면서 이제 어느덧 선배엄마가 된 것을 느꼈으며, 발달장애를 둔 후배 엄마들이 조금이나마 쉴 수 있고, 일자리라도 구해서 치료비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다른 곳에서 소리 지르고, 떼쓰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아이들이 눈치 안보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여러 해 동안 일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시스템을 경험하고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결심한 이 센터장은 개설자금 1억원을 아들 보험금으로 충당했다. 이 보험금은 18년 전 자신의 아들이 장애판정을 받은 뒤 보험사로부터 받은 생때같은 돈이었다.

 

천덕꾸러기들 끼리 모여 살자...아들 보험금 털어

이 센터장은 “또 다른 이유로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 북아프리카 선교사로 가겠다하는 서원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을 장애인 선교로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이타적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아동센터는 2년 동안 자비로 운영하고 난 다음에 심사를 거쳐 국가지원이 확정된다. 아직 1년이 더 남았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센터운영에 대해 이 센터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과연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망설임이 컸다. 2년 동안 보조금 없이 후원금과 자부담으로 운영을 해야만 하고, 같이 일하실 좋으신 선생님들을 모시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시스템에 적응해 가는 일이나 서류와 회계처리 등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중간에 슬럼프에 빠져서. 그만 접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 센터장이 1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일은 입소한 친구들을 퇴소시킬 때였다.

 

“힘쓰고, 대소변 못 가리고, 선생님들 때리고, 고집 부리고, 소리 지르고 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폭력성향이 있는 친구를 안전 때문에 퇴소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모님들에게 설명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중증친구들은 돌봄의 몫이 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재 상황이다.”며 “발달장애인은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라고 이 센터장은 주장했다.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쉽지는 않았다.

 

“민들레꽃은 장애인 아동 대상이니까 후원금이 많이 들어 올 것이라는 선입견이 인근 지역아동센터에 소문이 났다. 그런 시대는 아니라고 변명 하면서 후원자를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센터를 월세로 운영하고 있는데 센터장이 건물주가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기자까지 있으니 아이들이 많아졌다며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언제까지 버티나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초리를 보기도 괴로웠다.”고 이 센터장은 밝혔다.

 

반면에 보람 있고 기뻤던 일도 있었다.

 

“지난 방학 때, 센터에 다니는 학부모님이 ‘민들레꽃이 구세주’라고 감사의 글을 보내주셨다. 공장을 운영하시는데, 방학 때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고생을 하셨는데, 민들레꽃 덕분에 방학을 수월하게 보내셨다고 했다. 아이들을 마음 편히 맡기고 일자리를 찾으신 어머님들도 계시다. 치료 하나라도 더 할 수 있고 급한 일이 있을 때 맡길 곳이 있어 감사하다는 분들도 계시다. 엄마가 24시간 아이에게만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개인생활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어머니들의 말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했다.”고 이 센터장은 말했다.

 

▲ 민들레꽃 아동센터 전경     © 경기인터넷뉴스


초심 잃지 않고 든든한 서포터즈 되어 줄 것
“학교는 가기 싫고 민들레꽃에 가겠다며 민들레꽃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보면 행복하다.”는 이 센터장은 “집에 형제가 없는 친구들이 형, 누나, 언니, 동생이 생겨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볼 때면 우리는 같이 지내고 같이 밥 먹는 식구임을 느낄 때 감사하다.”며 “살이 붙고, 키가 자라며, 안정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민들레꽃 열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술회했다.

 

끝으로 이재경 센터장은 “아이들이 민들레꽃에서 잘 먹GO, 잘 놀GO, 잘 쉬GO 등, 쓰리GO가 이루어지고, 장애아동 엄마들에게는 든든한 서포터즈가 되어주겠다 라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한다.”고 다짐했다.

 

이재경 센터장의 닉네임은 민들레꽃의 준말인 ‘민꽃’이다.

 

“흔한 들풀과 어울려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수많은 가슴에 수천 수백의 홀씨가 되어 해방의 봄을 부를 것이다.”라고 이재경 센터장은 말한다.

 

아들의 보험금까지 털어 센터를 개설했지만, 후원금만으로 민들레꽃을 운영하기에는 여전히 벅차다. 장애인 중심 아동센터에 대해서는 2년의 경과규정을 축소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것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1년... 민들레꽃이 어떻게 착근해 예쁜 꽃을 피울 것인지는 오직 주변의 따듯한 관심과 사랑에 달려 있을 것이다.

 

민들레꽃(금곡동 656-1, 1층)시설이용 및 일반후원・CMS후원 문의: 031-595-8942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