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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시론] 날이 선 칼일수록 이 빠지기 쉽다.
기사입력: 2016/06/02 [15:32]  최종편집: ⓒ 경기인터넷뉴스
송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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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라는 글귀는 초패왕 항우가 자결하기 전에 읊은 시 구절이다.  스스로 “산을 뽑을 만한 힘이 있고 세상을 덮을 만한 기운이 있다”고 자부 했던 그는, 왜 실패했을까?
 
항우는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먼저 들어간 사람이 패권을 가지기로 한 유방과의 약속을 깨고 힘의 우세를 앞세워 유방을 한중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함양성을 깡그리 태운 것도 부족해 진나라 병사와 백성 20만 명을 땅에 묻어버리는 잔인한 성격을 드러냈다.
 
또한, 천하의 수도라는 함양을 점령해 놓고도 고향인 초나라 사람들에게 자기의 성공을 자랑하기 위해 ‘금의환향’을 고집해 고향 팽성으로 돌아가 초나라 의제를 주살했다. 항우는 “사나이가 출세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며 고향에 가서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천하의 주인이 될 기회를 스스로 박차고 만다. 오죽하면 “초나라 사람은 원숭이가 갓을 쓴 것과 같다(목후이관 沐猴而冠)”는 조롱을 받았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큰 항우의 실패 요인은 용인술의 부족이다.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운 장량과 한신과 진평은 모두 한 때 항우의 수하에 있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항우는 이들이 자기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쳤고 그들은 고스란히 유방의 수하에 들어가 천하를 취해 유방에게 바쳤다. 항우는 항상 자기 패거리의 우두머리로 만족했기 때문에 수많은 전투에서 늘 유방을 이겼지만 마지막 단 한번 해하전투에서 허망하게 패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항우는 전쟁에는 이겼지만, 정무적 판단 미숙으로 정치에 실패해 인심을 잃음으로 대업을 그르쳤던 것이다.
 
반면에 유방은 항우가 진나라 신하들을 땅에 묻을 때 약법삼장(約法三章)으로 인심을 얻고, 항우가 우쭐대기 위해 금의환향을 할 때, 한중 땅에서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항우가 의제를 참살하자 의제를 위해 상복을 입고 군사를 일으켰으며, 항우가 유능한 사람을 버릴 때 그들을 거두어 썼다. 결과적으로 유방은 항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천하를 얻은 셈이니 어찌 보면 참 쉬운 방식으로 패업을 이룬 것이다.
 
적장을 등용해 정치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유방 뿐 아니다. 제나라 환공도 활을 쏘아 자신의 혁대를 맞춘 관중을 등용해 최초로 춘추시대 패자가 되는 대업을 이뤘고, 당태종 이세민도 왕자의 난 때 자기를 죽이려했던 위징을 등용해 ‘정관치세’를 이뤘다.
 
구리시장 재선거 이후 첫 대규모 인사가 발표됐고 이어 연초 사무관 인사예고와 관련해 중징계 요구를 받은 공무원 3명이 직위해제를 당했다. 그동안 백경현 시장이 한 말들이 있고,  취임 직후 핵심보직 인사와 전입인사 등을 통해 이미 방향을 제시한 바 있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다. ‘목요일의 대학살’이니 ‘피의 숙청’이니 하는 말들이 돌지만, 집행권자의 인사권은 시민들이 임기동안 권한을 위임해준 것이니 그것이 적법하게 행사됐다면 승복해야한다. 그러나 법을 위반했거나, 권한이 남용됐다면 을의 위치에 선 당사자들에게는 억울하고 힘든 일이 되겠지만, 법이 정한 구제절차에 따라 권리구제를 받을 수밖에 도리가 없는 일이다.
 
어차피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하는 것이고 세습이나 같은 당 출신의 후임자가 나왔다 해도 자기를 추종하는 인물들로 판을 짜는 물갈이는 정치판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그것을 탕평인사니, 능력 위주의 인사니, 균형적인 인사니 하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은 고금을 통해 어느 권력자들이든 해왔던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 차라리 “내가 일을 하기 위해 내 사람으로 판을 짰을 뿐이다”고 하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훨씬 더 정직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 논란도 그렇다. 역대 어느 권력자가 전임자가 추진하던 정책들에 물을 주어 꽃피운 적이 있던가? 그것이 권력의 속성인줄 몰랐다면 너무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탕평책으로 성군 반열에 오른 정조대왕 조차 등극하던 날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며 자신의 아버지를 뒤주에 가두어 죽인 할아버지 영조의 대통을 부인하고 노론에게 선전포고를 했으며 동구릉 효종의 파묘 자리에 할아버지 영조의 능을 만들지 않았던가?
 
구리시의 이번 인사는 ‘민생 우선’으로 대변되는 신임 시장의 공약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사쇄신이라는 명분아래 단행됐다고 주장한다. 이제 의회와 시민사회는 이번 인사로 인해 또 다른 반목과 질시 그리고 행정난맥과 역차별 등이 발생하는지와 민생정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진돼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차별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평가해야한다.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무서운 손님은 이것저것 트집 잡고 불평하는 손님 보다, 아무 말 없이 계산하고 가지만 다시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도, 권력자 옆에서 박수치며 어용 나팔을 부는 사람도, 저주에 가까운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아닌 말없는 다수의 힘에 의해서다.
 
날이 선 칼은 잘 들지만, 이가 빠지기도 쉽다. 이 빠진 칼을 갈다가 길지 않은 임기를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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