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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시론] 숙종의 발품.. 시장의 발품
기사입력: 2016/10/21 [14:12]  최종편집: ⓒ 경기인터넷뉴스
송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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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농번기만 되면 밀짚모자를 쓰고 모를 심고 벼를 베던 대통령이 있었다. 새참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면서 맨손으로 김치를 쭉쭉 찢어 먹는 그를 보고 모두가 “농민의 심정을 알아주는 서민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앙했었다. 딸 같은 여인을 끼고 양주를 마시다가 부하의 손에 이승을 하직했지만 아직도 그가 제일 서민적인 대통령이었다고 믿는 촌로들은 많다.

 

그러나 그렇게 농민의 심정을 잘 아는 대통령의 치세에서 시작된 급격한 이농현상으로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환갑 전 농민은 찾기 힘들만큼 농촌이 공동화돼버렸다. 결과적으로 그의 농업정책은 실패했다.

 

지도자의 정치적 퍼포먼스는 이미지화 돼 대중에게 각인되고 그것은 다음 선거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퍼포먼스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현장행정의 탈을 쓴 ‘로드체킹’이다,

 

역사를 통틀어 로드체킹의 일인자를 꼽는다면 단연 조선의 숙종임금이다. 그는 고관대작들 몰래 미복(微服) 차림으로 저잣거리와 민가를 돌아다니면서 중간 권력자들이 자신에게 보고한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대동법 등 자신의 정책이 잘 이행 되는지를 끊임없이 살폈다. 그리고 권력층과 백성 사이에 민심의 괴리가 있다고 판단 될 때에는 가차 없이 환국을 감행했다.

 

숙종은 장희빈 사건과 잦은 환국(換局)으로 변덕스런 임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단종 복위와 사육신을 신원해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백두산 정계비를 세우는 등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이런 업적을 남기고 왕권을 회복한 밑거름은 바로 가공되지 않은 민심을 직접 챙겼기 때문이다.

 

백경현 구리시장이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나면서 백 시장의 휴일 로드체킹이 이슈화 되고 있다.

 

민선시장이 로드체킹을 하면서 시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한다는데 이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로드체킹인지 순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런 행정행위가 얼마나 효율적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눈도장 찍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간부들도 있겠지만..) 휴일에 쉬어야할 공무원을 대동하는 것이 인권과 행복 추구권에 저촉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시장과 간부들의 동선이 알려지는 순간 해당 동의 동장은 물론 말단 조직인 통장 라인들 까지 비상 대기해야 할 것이고 정작 시장이 봐야할 것들은 이미 정비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시장의 동선에 집중된 행정력 때문에 로드체킹 동선에서 벗어난 이면도로에는 주말에 수십에서 수백 장에 이르는 플래카드들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것이다.

 

현장행정 한다고 댓바람에 간부공무원들이 우르르 몰려 특정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전시행정에 다름 아니다. 살아있는 현장, 잘못된 현장을 살펴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시정을 펼치려면 숙종과 같은 로드체킹이 필요하다. 로드체킹이란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것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령관이 소총을 들고 적을 몇 명 쏘아 국지전투에서 이겼다고 해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듯이 구리시가 아무리 작아도 시장이 불법광고물 몇 장 뜯었다 해서 거리가 깨끗해지지 않는다. 시장인 줄 모르도록 숙종처럼 미복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수행비서에게 스마트 폰으로 현장을 찍게 하고 그것을 담당부서에 통보하고 정비 결과를 핸드폰 영상으로 받는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현답행정이 될 수 있다. 구리시민은 시장을 뽑은 것이지 환경미화원을 뽑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혼자 다녀야 간부들에 대한 시민들의 생생한 평가도 덤으로 들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쪼록 백경현 시장의 발품이 숙종대왕의 발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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