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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
[시론]위대한 로드체킹은 멈추었는가?
기사입력: 2017/07/30 [20:16]  최종편집: ⓒ 경기인터넷뉴스
송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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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오나라 왕 합려는 패자(覇者)의 반열에 오르고자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제나라 사람 손무를 등용하기로 하고 그를 초빙해 지휘 능력을 시험했다.

 

합려는 손무에게 ‘내가 거느리는 궁녀들도 훈련을 받으면 군대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손무는 ”그렇게 할 수 있노라“고 답했다.

 

오왕은 자기가 사랑하는 궁녀들을 손무에게 내어주고 특별히 총애하는 궁녀 둘을 그 대장으로 삼았다. 손무는 합려의 궁녀들을 세워놓고 “내가 ‘앞으로’ 하면 가슴을 보고 ‘우로’하면 오른손을 ‘좌로’ 하면 왼손을 ‘뒤로’ 하면 등을 바라보라”하고 군령을 내렸지만 궁녀들은 깔깔거리며 웃기만 할뿐, 손무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손무는 호위장에게 “군령이 전달되지 않는 것은 우두머리의 책임이다”며 두 우두머리의 목을 자르라고 명령했다.

 

이에 오왕 합려는 “장군의 용병술은 잘 알았소만, 나는 이 두 명의 궁녀가 없으면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를 만큼 이들을 아낀다오.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주시오”하고 손무에게 간청했다.

 

그러나 손무는 “저는 이미 대왕의 명을 받아 장수가 되었습니다. 장수가 군중에 있을 때에는 비록 왕명이라도 받지 않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라며 거절했다.

 

결국 오왕의 총희(寵姬)들 목은 잘리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그 목을 본 궁녀들은 손무의 명령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오왕 합려는 손무의 명령을 거두고 자기가 사랑하는 애첩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소탐대실하지 않고 손무라는 희대의 병법가를 얻어 패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오왕 합려가 자기 일신의 영화를 위해 총애하는 궁녀의 목숨을 구하고자 손무의 명을 묵살했다면 춘추시대의 역사는 어찌 되었겠는가?

 

▲무당집을 방불케 하는 구리시 주요  포스트의 불법플래카드 ... 왼쪽 아래 저단 현수막 설치대의 '불법현수막이 없는 깨끗한 구리' 라는  구호는 지키지 못할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했다.©      ©경기인터넷뉴스

 
요즘 구리시의 이슈는 단연 플래카드 전쟁이다.

 

구리시 조례에 따르면 공공목적의 플래카드라 할지라도 게시대에 거치하지 않으면 모두 불법이다.

 

백경현 구리시장도 시정답변에서, 가드레일에 새로운 형식의 저단형 현수막 거치대(사진)를 설치한 이유가 “불법현수막이 없는 깨끗한 거리 만들기”의 하나라고  답변했을 뿐 아니라, 관련부서장도 행정사무감사에서 "게시대에 거치된 플래카드를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단속하겠노라"고 약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불법현수막이 없는 깨끗한 거리 만들기”라는 저단형 거치대 위에 시장이 속한 정당의 지역위원장 플래카드가 버젓이 걸려있는 것은 물론, 엊그제 부터는 신생 단체의 현수막이 구리시 곳곳에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급기야 이를 반박하는 단체의 플래카드가 게시되고 이제는 정치인들의 실명이 박힌 플래카드까지 걸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앞으로 구리시는 이 문제 때문에 일파만파의 회오리가 일어날 것이다.

 

이 모든 원인은 첫 번 째 올린 단체의 플래카드를 조례에 따라 단속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연쇄 반응인 것이다.

 

지시에 따라서 던지, 미리 윗분의 심기를 헤아려 단속을 하지 않았던지 간에, 현 집행부의 입맛에 맞는 첫 플래카드를 단속하지 못함으로 인해, 되치기 플래카드 또한 철거하지 못하는 논리의 모순에 빠진 것이 현 구리시의 모습이다.

  

보통 지역에서 플래카드 전쟁은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데 이번에는 선거를 1년 남짓 남았는데도 이 지경인 것을 보면 내년 지방선거의 혼탁함을 미루어 예측할 수가 있다.

 

前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2016년 총선 전, 온 나라에 선거 이슈의 플래카드가 난무하던 시절, 구리시는 여느 도시와는 달리 불법 플래카드 없는 깨끗한 거리를 유지해 화제가 됐었다.

 

여당이 내건 플래카드 건, 야당이 내건 플래카드 건 예외 없이 단속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 플래카드 전쟁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간다면, 지역사회의 민심은 갈가리 찢기고 지역화합은 회복 불능한 상태로 될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리더가 들어선들 어떻게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는가? 그리고 거리에 내건 플래카드로 진실이 가려진다면 도대체 제도는 왜 필요한 것인가?

 

백경현 구리시장은 취임 후 깨끗한 거리를 만든다며 휴일 없이 로드체킹을 강행한 바 있다.  일부에서 “우리는 시장을 뽑았지 미화원을 뽑은 게 아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구리시는 “시장의 로드체킹으로 청결한 구리시가 되었노라!!”고 홍보하기 바빴다.

 

그 위대한 로드체킹 행보는 휴가철이라서 멈추었는가?

 

그리고 “전장에 나선 장수는 왕의 명령이라도 받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라며 불법 플래카드를 법대로 단속할 소신 있는 구리시 공무원은 진정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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